을지면옥

을지면옥: 균형이 만들어내는 힘

을지면옥의 맛을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균형이 만들어내는 맛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사실 어떤점이 가장 뛰어나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어렵다. 사실 먹으면서도 정말 놀랄만큼 맛있는 부분은 없었다. 면발도, 육수도 고기도 평범하다. 맛이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단지 보통의 냉면집은 하나가 뛰어나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을지면옥의 냉면에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모든 것이 조화로웠기 때문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냉면을 먹는 내내 잘 잡힌 냉면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고기도 먹다보면, 고명으로 얹힌 것이 딱 알맞았고, 고추를 썰어넣은 것도 마지막에 국물을 마실 때 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잘 해주었다. 고춧가루와 파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말한것과 같았다. 충분히 납득가능할 만한 것. 그렇다 보니, 질리지 않는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먹고서 이런 말을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 균형이 잘 잡힌 맛이 질리지 않는다는 말과도 함께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냉면 포스팅을 여러차례 하다보니, 하던 말을 또 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을지면옥의 맛은 개인적으로 서울시내에서 두번째, 수도권에서 세번째 정도라는 말로 마무리 하고 싶다. 한가지 더, 만약 매일 냉면을 먹어야 한다면, 을지면옥 냉면으로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사진.

2017.09.16.

블로그 포스팅 이후로도 몇차례 방문하였던 을지면옥은 문을 닫았다. 을지로 재개발의 여파였다. 그리고 꽤 오랜시간이 지난 다음 을지면옥은 유진식당 뒤편 낙원상가 근처에서 새로 문을열었다. 이제 더이상 을지로의 터줏대감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보니 반가웠다. 을지면옥은 다행히도 별달리 바뀐 것이 없었고, 아마도 작은 차이는 났겠지만 오랫만에 먹어서인지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저 반가움만 남아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은 점이 가장 고맙고, 다행스러운 점이다.

물론, 함께간 사람때문에 더 맛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2024. 7. 27. 방문

필동면옥

면발이 과하게 쫄깃했다. 메밀 함량이 적은 면이 취향이 아닌지라, 면은 3/5 점. 육수는 평양면옥에 비해 간이 좀 센편. 파는 을밀대에 비해 덜 거슬리는 편이고, 고춧가루도 많이 거슬리지 않았음. 좀 편견이 있었는데, 이정도라면 왜 고춧가루와 파를 넣었는지 설명이 될 정도의 맛. 냉면 점수는 4/5 점. 아쉬운 점은 무짠지. 너무 두껍게 썰어서 식감이 깍두기에 가까울 지경. 리뷰에서 보였던 김치는 보이지 않음. 전체 점수는 3.5/5 점. (이 점수는 ‘평양냉면 기준’ 점수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일반 맛집 점수로 환산하면 약 4.5/5점 쯤 된다는 의미이다.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2017. 6. 17.

이 날 이후에도 필동면옥을 꽤나 자주 방문했고, 필동면옥은 꽤나 준수한 맛을 꾸준히 보여주었다. 다만 딱 하루, 지난 주 쯤이었을까? 필동이 불과 2주 전 보다 못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무렵에 방문을 했던 다른 분도 그렇게 평을 하셨는데, 그것이 의정부 평양면옥이라는 거대한 벽을 느끼고 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필동면옥이 긴 폭염 탓에 품질관리를 못한 것인지, 잘 알 수가 없다. 특히 면이 좀 거슬리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전의 메밀느낌보다 전분이 더 들어간 느낌이랄까? 일본을 다녀와서 다시 먹어보고, 판단해야겠다. 아직은 판단보류. 다만, 만두는 확실히 퇴보한 느낌이 있었는데, 만두피가 물기를 머금어서 물컹해진 느낌이 있었다. 

2017. 8. 22.

이날 이후로 필동면옥을 잘 가지 않게 되었다. 아무래도 을지면옥과 쉬는 날도 같고 접근성도 을지면옥이 조금은 나아서 였던 것 같다. 조만간 다시 방문하고 후기를 남기는 것이 좋을 것같다.

2024. 9. 22.

의정부 평양면옥

의정부 평양면옥


이미 대작의 냄새를 맡으신 분도 있겠으나, 의정부 평양면옥에 대해 약간의 부연설명을 하자면, 의정부 계열 평양냉면이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유명한 식당이다. 필동면옥이라던가, 을지면옥이라던가 하는 유명한 이름들은 모두 의정부 평양면옥 창업주의 자손들이 서울에서 연 가게들인 것이다. 필동면옥과 장충동의 평양면옥을 자주 비교하여 왔으나, 아무래도 공정한 비교가 아닌듯 싶은 마음이 컸다. 장충동의 평양면옥과 비교를 하려면, 의정부 평양면옥이 나와야 아무래도 중량감이 맞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두 가게 모두 오랫동안 평양냉면으로는 일가견이 있다고들 하는 집이고, 갑론을박이 오가는 집들임은 잘 알고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장충동 평양면옥의 맛이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말이 나온김에 두 가게의 스타일을 정리하자면, 장충동 평양면옥의 스타일은 심심하…고 미묘한 스타일이라면, 의정부 평양면옥의 스타일은 중량감 있고 역동적인 스타일 이라는 것이다. 두 가게의 차이는 꽤나 극명하다. 한 곳은 고명으로 삼겹 수육과 오이를 쓰고, 한 곳은 살코기 수육과 고춧가루, 그리고 파를 쓴다. 한 곳은 동치미 국물이 가미되어 슴슴한 맛이 나는 육수가 나오고, 한 곳은 육향 가득한 육수가 나온다. 한 곳은 메밀이 좀 더 많이 들어가고, 한 곳은 전분이 조금 더 많이 들어간다.(육수나 면에 대한 부분은 전적으로 내 느낌이다.) 취향 차이라고 말 할수도 있는 부분이다. 한 곳은 심심한 맛을 맛있게 내는 것이고, 한 곳은 역동적인 맛을 맛있게 낸다. 고춧가루와 파가 육수를 즐기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은, 부드러운 육수일 때를 기준으로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육수에서 육향이 강하게 난다면, 오히려 고춧가루와 파는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매개체가 된다. 그렇게 두 가게의 스타일이 완성되는 것이다.

오늘의 본론은 역시 의정부 평양면옥의 맛이겠다. 나는 이 냉면집이 의정부에 있는 까닭을 잘 알것 같다. 이 가게가 서울시내 한 가운데에 있었다면, 아마 나는 오늘 냉면을 먹으러 가서 내일 냉면을 먹었을 것이다. 세시 무렵 도착한 까닭에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 않을 수 있었으나, 의정부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아주 문전성시였다. 과연…. 의정부까지 가서 먹을 정도의 맛인가. 기대를 안고 자리에 앉았다. 메뉴는 언제나처럼 물냉면과 만두. 만두가 먼저 나왔다. 필동과 비교하자면 두부의 비중이 조금 더 많은 것이 특징. 다만, 만두를 먹으러 이곳까지 찾아오기에는 조금 못미친다는 생각.(물론 냉면집에 만두를 먹겠다고 찾아가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냉면과 반대로 상당히 슴슴한 맛이 일품이었다. 다만 조금 식자 만두피가 잘 찢어져버리는 것은 단점이었다. 그다음으로 오늘의 주연, 냉면이 나왔다. 아주 평범한 냉면. 처음에는 그냥 필동면옥과 똑같은 줄 알았다. 하지만, 면을 한 입 먹으면 생각이 곧 달라진다. 쫄깃하다. 아주 면발이 중독성이 있다. 끊어내지 않고 곧장 입에 들어간다. 그렇다고 대접에 풀리지 않을 만큼 뻑뻑하지도 않다. 육수들 사이로 면발이 술술 풀려버리고마는 까닭에 뚝뚝 끊어지는 면발을 상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메밀의 까끌한 느낌도 살아있다. 정신없이 한 사발을 비우고, 육수를 남긴채 사리를 주문했다. 한 그릇 더 먹으려고 일부러 육수를 남겼다. 하지만, 육수를 남긴 것이 민망하게, 사리에는 육수가 또 가득 부어져서 나온다. 아……. 아름답다. 정말이지 아름답다. 두번째 사리를 위해 남겨둔 제육 한 조각과 수육 한 조각과 함께 면을 또 부어넣는다. 어느새 냉면은 남은 것이 없다. 육수 한 모금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치우고 나서야, 맛이 떠오른다. 육수가 진하다. 진하고 맛있는데, 왜 파와 고춧가루가 들어가야만 했는지 알 것 같다. 파와 고춧가루가 강한 육수의 맛을 잡아준다. 마치 라면에 계란을 풀어 넣듯이, 국밥에 다대기를 풀어넣듯이 그렇게 고춧가루와 파가 쓰인다. 자연스러운 조합이다. 그간 냉면에 파와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것은 육수를 해친다고 말해왔던 것을 반성한다. 아름다운 조화다.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육향이 입에 맴돈다.

가보지 못한 곳을 제외하고, 여기에서 논외로 빠진 식당이 있다. 우래옥과 봉피양 그리고 을밀대. 우래옥은 정말 서울식 평양냉면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집이라는 평을 많이 듣는다. 거친 면발과 진한 육향, 그리고 배추 겉절이. 가끔 즐길만한 별미라고 생각한다. 을밀대는 또하나의 독특한 스타일을 이룩한 냉면집이다. 을밀대는 녹두전을 함께 파는 것만으로도 가끔 생각나는 집이다. 봉피양. 이곳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맛있는 냉면으로 인류애가 가득하니 말을 줄이겠다. 다만, 과유불급이라는 말만 남기고자 한다.

아직 을지면옥과 유진식당은 가보지 못하였다. 을지면옥은 필동을 자주 찾는 까닭이고, 유진식당은 아직 기회가 되지 못하였다.

(이전 블로그에서 이전함)

2017.08.13.